말도 많고 탈도 많던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흑인 인어공주'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종 차별? 원작 파괴겠지"...
1989년 개봉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8번째 클래식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실사판 '인어공주'는 2019년 여름, 캐스팅 공개가 되었던 시점부터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쓴 동화 '인어공주'를 실사 영화로 제작 중인 디즈니는 2022년 9월 10일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갈색 머리카락에 레게 헤어스타일을 가진 아프리카계 배우 할리 베일리(Halle Bailey)가 연기한 주인공 에리얼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된 이 예고편은 9월 24일까지 조회 수 2289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9월 13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유니래드(UNILAD)는 디즈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인어공주' 예고편에 누리꾼들이 누른 '좋아요' 수와 '싫어요' 수를 공개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유튜브 자체에서 2021년 말부터 '싫어요' 수를 비공개로 전환해 현재 정상적인 접근으로는 '싫어요' 수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유니래드는 '싫어요' 수를 볼 수 있는 특정 플러그인을 사용해 해당 영상의 '좋아요' 수와 '싫어요' 수를 확인했습니다.
매체는 공개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본 예고편의 '좋아요' 수는 46만 9천 개, '싫어요' 수는 150만 개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좋아요' 수보다 '싫어요' 수가 무려 3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이 예고편에는 현재 24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아프리카계 인어공주를 향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R&B 가수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인어공주 에리얼 역으로 캐스팅한 이후 해당 논란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디즈니가 편견을 깼다며 반겼으나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누리꾼들은 원작을 해치는 캐스팅이라며 디즈니를 비난했습니다.
디즈니는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에 대해 "인어는 누구든 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신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하얀 피부와 붉은 머릿결로 대표되던 인어공주를 기억하는 팬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 동화를 좋아해 온 팬들 입장에서는 원작 훼손일 수 있다. 이는 인종 차별 의도와는 관계없이 원작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로 분장하는 사진이 공개된 2021년 12월에는 "인면어", "공주 아니고 그냥 인어", "영화 값 아꼈다" 등 그를 조롱하는 댓글이 쏟아졌으나 최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의 인터뷰 영상과 2021년 할리 베일리가 디즈니랜드 50주년 행사에서 디즈니 영화 '라이온 킹'의 주제곡인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부르는 영상이 올라오자 "목소리가 진짜 공주같다", "애티튜드는 벌써 디즈니 그 잡채", "옥구슬 굴러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 측은 캐스팅 논란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인어공주'의 원작자는 덴마크인이며 에리얼은 인어다. 인어는 흑인이 될 수 있으며 덴마크 흑인과 인어도 유전적으로 빨간 머리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흑인 인어공주'는 아이들의 반응에 눈물을 흘렸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할리 베일리는 9월 21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Halle'에서 "모든 논평과 의견을 보면서 내가 이 기회를 갖게 된 것에 정말 감사했다. 나는 어렸을 때 흑인 에리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린 소녀로서 어떤 의미일지 알고 있다. 만약 내가 그것을 봤다면 인생관을 완전히 바꿔놨을 것이다. 그런 역할을 내가 한다는 사실은 정말 멋지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인어공주' 캐스팅에 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본인의 사진이 들어간 '인어공주 밈'에 대하여는 "알고 있다. 많이 봤는데 정말 웃겼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영화를 생각해 주는 것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일부가 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다"라며 쿨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한 팬은 할리 베일리에게 흑인 아이들의 '인어공주' 티저 예고편 반응 영상에 대해 "갈색 피부를 가진 새로운 세대의 어린 소녀들에게 큰 꿈을 주고 그들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라면서 이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리 베일리는 "티저 예고편에 대한 모든 흑인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정말 벅찼다. 당신이 보내준 이 영상을 보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울기만 했다"라고 대답했고 미스 캐스팅이라는 전 세계 누리꾼들의 반발과 악플에도 환하게 웃으며 감사함을 전하는 그의 영상에 누리꾼들의 응원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디즈니 'PC주의'?, 오히려 역차별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디즈니가 최근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입각한 작품을 다수 제작 중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디즈니는 실사 영화 '백설공주'의 주인공으로 라틴계인 레이첼 지글러(Rachel Zegler)가 캐스팅했으며, 피터팬을 다룬 실사 영화 '피터팬과 웬디'에서는 팅커벨 역에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Yara Shahidi)를 발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가 이 같은 캐스팅을 발표할 때마다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으며, 인어공주 할리 베일리에 대해서는 각종 SNS에서 '#내 에리얼이 아니야(#NotMyAriel)'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디즈니의 'PC주의'가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부분 배역을 백인에게 맡겨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 논란이 불거졌던 것처럼, 원작을 무시하고 흑인을 대거 기용하는 것은 그저 '블랙 워싱'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디즈니는 먼저 개봉되었던 '알라딘'의 지니와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 역을 각각 흑인 배우인 윌 스미스(Will Smith)와 신시아 에리보(Cynthia Erivo)에게 맡겼습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상대적으로 아시안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사례는 적으며, 2020년 개봉되었던 실사 영화 '뮬란'의 배경이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배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를 섭외하려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그제서야 중국 배우 류이페이(劉亦菲)로 선회한 전례도 있습니다.
논란의 '인어공주', 그 향후는
한편 2000년생으로 올해 22세인 할리 베일리는 언니 클로이 베일리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으며 2011년부터 언니와 함께 운영한 유튜브 채널에서 비욘세의 노래를 커버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자매의 이름을 딴 듀오 그룹 '클로이 앤 할리'로 데뷔했는데, 이러한 자매의 데뷔에는 비욘세의 적극적인 푸쉬가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졌습니다.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으로 논란이 되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2020년 4월 20일 촬영이 시작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촬영이 연기되며 개봉 일정도 미루어졌습니다.
조나 하우어 킹(Jonah Hauer-King)이 에릭 왕자 역할을, 멜리사 맥카시(Melissa Mccarthy)가 우르슬라 역할을 맡으며 더욱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인어공주'는 2022년 7월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 모든 촬영을 마쳤으며 2023년 5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