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40·SSG)은 지난 23일 낯선 경험을 했다. 서울로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을 받았다. 한 팬이 시작하자 여러 명의 팬들이 줄지어 다가왔다. 인천에서나 가끔 있었던,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커피숍에서 나와 길에 서 있던 김강민은 또 놀랐다. 지나가던 순찰차 안에서 한 경찰관이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축하해요!”라고 외쳤다. 깜짝 놀라 감사 인사를 했다.

김강민은 “내가 유명한 선수도 아니고, 진짜 평범하게 생겨서 원래는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놀랐다. 이런 적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강민은 2022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다. 1차전에서 대타로 나가 동점 솔로포를 터뜨린 데 이어 5차전에서 2-4로 뒤지던 9회말 무사 1·3루에 대타로 나가 좌월 3점 홈런을 쏘아올려 경기를 끝내버렸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원형 SSG 감독이 처음으로 두 주먹을 치켜들었고 “그때는 진심으로 울컥했다”고 할 정도로 짜릿한 홈런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했지만 4차전까지 2승2패로 분위기상 몰려 있던 SSG는 이 홈런 한 방으로 시리즈를 잡아채 6차전까지 승리하고 우승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타자이자 한국시리즈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을 때린 김강민은 이 한 방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김강민은 2000년대 후반부터 리그를 장악했던 SK 왕조의 멤버다. SK였던 2007~2008년, 2010년, 2018년에 이어 SSG가 되어서 차지한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다. 외야에서 강한 어깨로 주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수비로 ‘짐승’이라 불리며 우승에도 늘 공헌했지만 김광현, 최정 등 스타 선수들이 많았던 SK에서 크게 조명받은 적은 없다. 올해 리그의 최고참이 된 1982년생 동기들 중에서도 이대호, 추신수, 오승환 등 특급 스타들에 늘 가려있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방으로 김강민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

그러자 전에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 다가오고 있다.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도, SSG 팬이 아닌 일반 야구 팬들도 알아보고 다가와 축하 인사를 했다. 차창 너머로 너무도 반갑게 인사해준 경찰관의 인사가 정말 강렬하게 마음에 남았다.

김강민은 현재 김원형 감독과 함께 구단을 대표해 대외적으로 우승 뒷풀이 중이다.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방송 뉴스에도 출연했다. 김강민은 최근 며칠 자신의 하루 스케줄을 휴대폰으로 보여주며 “어제 하루에 메이크업만 3번을 했다”며 크게 웃었다. 아무나 해볼 수 없는 경험, 이것이 한국시리즈 MVP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