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이 크게 올랐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가스 공급을 감축하면서 시작된 유럽발 가스 대란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친 것입니다.
난방 사용 증가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 시점이 맞물리면서 온라인상에선 체감하는 요금 인상폭이 더 높게 느껴진다는 글도 잇따랐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이라 겨울나기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난리 난 도시가스비 현황’이란 제목으로 11월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11월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달 사용분에 해당됩니다.
글을 보면 한 네티즌은 “지난달 5000원 나온 지인 1만 8000원, 지난달 2000원 나온 지인 1만 1000원, 2만 원대 나오던 지인 6만 원, 지난달 7000원 나온 온수만 쓰는 지인 3만 원대 후반이 나왔다더라”며 “검색해보니 다들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고 놀라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지난달 1만 2820원에서 이달 19만 6900원으로 치솟은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를 올리고 “나도 눈 벅벅 비볐다”라고 했습니다. 이 밖에 네티즌들도 “작년 동월 2만 원 냈는데 이번에 5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이제 겨울 시작인데 큰일이다” “4000원 내다가 2만 원 냈습니다. 사용량은 그대로고 바빠서 집에 잘 있지도 않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도시가스 요금 크게 올랐지만 실제 인상률을 따져보면 논란이 된 도시가스 요금이 나오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올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 사용요금은 올 4월 66.98원에서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3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 올랐습니다.
인상 전인 3월 말(65.23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37.8%나 급등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인상률은 20.7%에 달하는데, 이는 2015년 열 요금체계 개편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입니다.
가스요금도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 당 2.7원 올랐습니다. 4인 가구 기준 가스요금은 5400원(전월 대비 15.9%)이 오른 셈입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요금 인상률이 높긴 했지만 가정집에서 체감하긴 어려울 수준”이라며 “사용량이 비슷한데 요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면 계량기를 검침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A 도시가스 회사 관계자는 “동절기 난방 사용량이 증가하는 시점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 시점이 맞물리면서 여러 고객들이 평소보다 많은 요금을 내게 됐다”며 “또 세대 내부에 계량기가 있는 경우 고객이 직접 자가 검침을 해야 하는데, 검침을 누락하거나 가스 사용량 측정을 잘못하면 실제 사용량과 다른 요금이 청구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요금 인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에너지 공급 부족 영향입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하던 가스를 감축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격이 올랐고, 이 영향으로 국내 도시가스 요금이 오르게 됐습니다. 당분간 전쟁 리스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민들의 겨울나기 부담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서민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서민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LNG와 LPG(액화석유가스)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가구당 월 1400원 수준의 도시가스 요금 인하 효과가 예상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주택 면적에 따른 전기·가스 사용 한도 설정이나 연료 배급제와 같은 강도 높은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겨울 국가적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참여가 필수”라고 했습니다.
중앙대 정동욱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난방과 온수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가스 사용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안보 이슈로 발생한 요금 인상 부담을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일 쇼크'에 준비하는 도시가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10월 1일부터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 줄(MJ) 당 2.7원 인상한다고 9월 밝혔습니다.
산자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LNG 수입단가 상승세 지속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겨울철을 앞두고 “1970년대 ‘오일 쇼크’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에너지 절감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을 통해 확정된 정산단가에 더해 기존원료비 인상분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이로써 주택, 영업점(음식점, 구내식당, 목욕탕 등) 도시가스 요금은 15.9~17.4%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기준 도시가스 요금은 월 3만 3980원에서 3만 9380원으로 오릅니다. 산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러-우 전쟁 및 유럽 가스 공급 차질 등으로 LNG 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국제 가격도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천연가스 수입단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천연가스 공급 부족에 고환율 여파 등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요금도 지금보다 더 오를 예정입니다. 정부는 30일 공장 등 산업용 전기를 많이 쓰는 곳에 대한 전기요금을 더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4분기부터는 가정용 전기요금도 1킬로와트당 최대 9.9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정부는 ‘오일 쇼크’에 준하는 위기 상황임을 인지하고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자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의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에너지 절약 운동을 전개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난방온도 제한 등 ‘5대 실천 강령’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이날 “러-우 전쟁 장기화, 에너지 무기화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1970년대 ‘오일 쇼크’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여전히 에너지 위기감이 부족하고, 요금의 가격 기능 마비로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적 노력과 산업 전반의 저소비-고효율 구조 전환을 강조했습니다.